2017 사라짐에 대하여 II + 포구의 존재가치를 생각하다

사진그룹 이마고 8번째 기획전

2017. 12. 16-22. Gallery GO OPENING 2017. 12. 16. p.m. 4:00

 

사진을 찍는 행위는 [본다]라는 단순한 행위에서 시작된다.

여행의 끝 지점에 서서 내가 보지 못했던 풍광을 마주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동안의 나의 생각들을 정리하며 살아있는 나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래서 여행을 가나 보다. 그 곳에서 만나는 풍광이 생소하고 처음 본 풍광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깝고 멀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 찾아 떠나는 것 자체가 자신을 위한 일이며 나를 찾아가는 행위이다.

밥으로만 살아가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다른 삶의 이유이기도 하다.

어찌 보면 삶의 본질은 단순하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살아야하는 이유를 나 아닌 다른 삶과 풍광에서 만나니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의 삶을 대비하고 느껴본다.

[본다]는 것은 생각을 일으키고 나의 존재가치를 대입하는 원초적이고 단순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를 찾아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들은 왜 사진을 찍는가?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이고 자신의 살아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찍는다.

더욱이 사진작가들은 자기주도적인 소비를 추구하거나 취미생활로서 북성포구의 풍광에 매료된다.

 

인천의 몇 안되는 포구 중 북성포구, 만석포구, 화수부두는 인천의 개항과 함께한 인천의 역사유물이다. 이 포구에서 만나는 풍광은 무척이나 아름답거나 거대하지도 않다. 하지만 전국 어디서 볼 수 없는 생소한 풍광이다. 오히려 을씨년스럽고 썰렁하며 보는 시간에 따라 별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태생 자체가 인천의 역사를 품은 생경스런 풍광이다. 역사 속에 들어있는 삶의 흔적과 가치는 이런 풍광을 만들어낸 인천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의 결과물이다.

 

극심하게 변화하는 한국에 근현대사회에 있어 행정가들은 지역에 발전을 위하여 무엇인가 실적을 남겨야 하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곧 자신이 성공하는 길이 라고 생각하고 살아남기 위해서이다. 그들이 과연 살아남는 것이 역사의 어떠한 큰 획을 긋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말이다.

금전 만능주의에 휩쓸려 지역 이기주의와 편의성만 찾아간다면 다시한번 거국적으로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선조가 개항 초기 전부터 형성된 이곳 북성포에서 나뭇배를 타고 고기를 잡았고 , 이후 먼 보르네오의 원목이 북성포구 앞바다에 띄워져 북성포구로 인양되어 인천의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았고 인천을 지금까지 있게 한 애국자들이었다. 인명의 희생은 물론 수없는 매립 속에서 지금의 북성포구의 모습이 되었다.

북성포구에 서면 바닷물 너머에 공장의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이런 독특한 풍광이 인천에만, 아니 북성포구에만 존재한다. 북성포구의 십자수로는 그냥 이유없이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인천산업 역군들의 극한적 삶에서 연유한다. 많은 목재공장이 들어서고 매립이 이어지며 형성된 곳이다.

타 지방사람들은 이 생경스런 풍광에 호기심에 여기를 찾지만 이를 아는 인천사람들은 여기야말로 인천, 과도기적인 산업도시 인천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증거로서의 장소이다.

북성포구에 가면 사람이 서있는 공간이 협소하더라도 그것 지체가 인천의 역사적 태생의 증거이자 현재의 모습이다. 사람의 얼굴은 자신의 지내온 과거의 삶을 외부로 표출하는 이미지이다. 포구의 불편함 자체가 인천의 역사적 얼굴이다.

북성포구의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는 역사의 표현이자 사실적 증거이다.

이를 없애려는 처사는 자신의 부모 사진을 없애버리는 것과 같다.

현재 내가 여기 산다고, 지역의 역사를 모른 채 당장 여름이라고 덥다고, 겨울이 춥다고 한다면, 사람이 살아야하는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오만을 가질 수 있다.

장소성에 대한 소유와 거주에 대한 관점에서 볼 때 , 잠시 눈을 돌려 거국적이 아니라도 거시적인 판단에 나와 너가 어우러지는 인천의 애향심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편협적인 지역이기주의에 의해 나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생각들은 [사회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에 이른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북성포구를 찾는 이유는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광이 여기에서 펼쳐지기 때문인 것이다. 많은 사진작가들은 여기와서 왜? 바다 앞 쪽 공장 굴뚝으로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는다. 왜 이런 풍광이 인천, 이곳에 연출되는지 궁금해 한다. 결국 역사를 알면 숙연해지고 인천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땀으로 여기 북성포구는 존재하는 것이다. 인적없는 땅과 바다가 아닌 것이다. 많은 죽은 원혼들이 떠도는 바다, 여기 똥마당이라 불리우는 곳은 원목들 사이로 빠져 운명을 달리한 원혼들이 우리를 위해 빌어주는 곳이다.

인천이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림치면서 보여준 풍광이 여기에 있다. 우리의 선배들이 만들어낸 몸부림이 표현이다. 인천의 산업 사회가 만들어낸 장점인 것이다.

인천의 산업 사회가 만들어낸 장점인 것이다.

여기 소박하고 투박한 횟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감을 느끼는 곳이다. 인천이 나의 고향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는 곳이다.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여기에 오면 힘을 얻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치를 느낀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 곳에 가면 정말 놀라운 풍광이 벌어지는거야, 거기 가면 많은 생각을 하게 돼, 그곳에는 소박한 삶과 처절한 이야기가 있어라고 말한다.

창조는 덮고 없애버리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토대로 인간 친화적인 풍광을 만드는 것이다.

그런 여기를 메운다면, 역사가 없다면, 우리의 존재도 없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곳 그곳이 바로 창조적인 공간이다.

북성포구 옆에 사는 아파트의 주민이나 그것을 찾아가는 사진작가들이나 모두들 같은 사람이고 한국인이다.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치적이나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의 공간이고 한국 내 존재하는 공간이다. 누구나 그곳에 가지 말아야 하거나 하늘아래 그곳에 가지 못하는 이유는 없는 것이다. 의식주의 생활 이외에도 우리는 아름다움과 행복 그리고 무엇이 소중한지를 알아야 하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생겨난 때부터 사라짐은 시작되고 우리는 흔적을 남기려고 포구에 선다.

/ 사진가 류재형

 

 

 

이마고 연혁

 

사진그룹 IMAGO,

2001년에 사진의 순수와 예술창달을 목표로 스터디 형태의 그룹을 결성하고,

1차적으로 화수부두의 설치작업을 시작으로 인천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7명의 작가가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7.12.16.-22. [사라짐에 대하여II+포구의 존재가치를 생각하다] 여덟 번째 기획전, 갤러리 지오

2016.12.21.-27. [사라짐에 대하여+애매모호한 입장의 사진들], 일곱 번째 기획전, 인천한중문회관

2015.11.3.-8. [빛이 머무는 공간에 서다], 여섯 번째의 기획전으로 선광갤러리

2013.12.13.-18. [물 위로 바람이 불다] 다섯 번째 기획전,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전시, 사진공간 배다리

2011.9.2.-9. [들물, 인천의 포구를 말하다], 네 번째 기획사진전으로 인천아트플랫폼 크리스탈큐브에서 사진전 개최

2007.8.25.-28. [도시속의 섬 이야기 3번째 화수부두기획전], 마을축제의 성격으로 사진전과 영상설치작업,

17개 팀의 예술가공연, 상징물설치

2005.8.20.-23. [들물-화수부두의 또다른 이야기], 주민과 함께하는 화수부두으로

마을축제와 14팀의 공연예술가의 현장 공연과 사진전

2004.8.28.-29. [화수부두 설치사진전], 화수부두 현장설치

 

 

사진그룹 IM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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